디지털 네이티브란 말은 본디 교육학에서 등장했다. 디지털 기술이 이미 일상이 된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세대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나는 이 용어를 마케팅 용어인 걸로 기억하는데, 그도 그럴게 국내에서 쓰임이 주로 어떻게 소비하는 세대인가, 혹은 어떻게 일하는 세대인가를 설명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본래의 출발점이던 교육 분야에서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학습 방식과 학습 도구 측면으로 검토되었으며, 사회화 경험에 관한 해석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내가 디지털 네이티브 개념에서 다시 꺼내오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사회를 배우는가.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 맞는 학습 방식과 학습 도구를 고민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초등교육 혹은 기초교육 기관으로서 학교는 한편 사회화 기관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또래와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하거나 협력하면서 사회적 경험치를 쌓아나간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또래’와의 관계이다. 성인은 이 공간에서 아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직접 교류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교류하는 공간 자체를 규율하거나 관리하는 조정자로서 존재할 뿐이다.
인터넷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타인과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구조에 놓인다. 그동안은 이 지점에서의 위험신호가 강하게 울리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오프라인에서 불특정 성인과 아이들이 접촉하는 것을 당연하게 제한해왔음에도, 온라인에서는 단지 어른들이 건네는 물건에만 관심을 보여온 것 같다.
인터넷이 받아들여지던 과정에서 이것을 매체로 다루던 관성이 그대로 남아 있던 탓으로 생각해본다. 관성이 남아있다는 것은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즉 인터넷은 더 이상 매체가 아니고 그 이상이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 이민자와 디지털 네이티브 사이의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 차이는 단순히 세대적 경험의 차이로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인터넷 정책을 둘러싼 논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 이민자의 경험을 기준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비대칭이 된다. 지난 30년간의 인터넷 정책들은 그런 관점 아래 형성되지 않았나.
디지털 이민자들에게 인터넷은 기존 사회의 연장선에 가깝다. 성인과의 제약 없는 접촉이 가능은 했을지언정, 그 접촉은 여전히 특정 장소와 시간, 대체로 거실에 놓인 가족 공용 PC 앞에서 이뤄졌다. 즉 물리적 조건에 의해 부분적으로 분절이 있었다. 이 분절은 암묵적으로 보호자의 통제 아래 있다는 감각을 작동하게 만든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있어 인터넷은 언제나 열려 있는 기본 환경이다. 이전 세대와 달리, 그들의 인터넷 경험은 특정 장소나 기기에 의해 분절되지 않는다. 보호자에 의해 정책적으로 제약될 수 있겠지만, 손쉽게 우회할 수 있으며 연결 자체는 일상조건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연결이 상시적이라는 것은, 그 안에서의 타인과 접촉 또한 상시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디지털 네이티브의 관계 형성은, 학교와 같은 제도적 울타리 속에서 발달 과정을 경험한 이전 세대와 달라진다. 기존에 존재하던 제약을 극복하게 해주던 도구는 이제 극복해야 할지도 모르는 환경이 되었다. 아이들을 맥락 없는 익명 접촉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 맥락이 있는 성인과의 관계를 차츰 늘려나갈 수 있는 환경을 돌려주어야 한다. 현재 온라인 환경에는 이에 대응하는 설계가 없다.
오프라인에서 보호자는, 아이가 접하는 세계의 경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다양한 비용을 지불한다. 상급지와 학군 선호가 계급론으로 해석되곤 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경험하게 될 관계 환경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이었을지 모른다.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우리 사회는 높은 수준의 관심과 논쟁을 보여왔다. 반면 온라인에서의 관계 형성 구조와 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로 다뤄지는 것은 어떤 콘텐츠를 접하게 할 것인가 혹은 콘텐츠를 선별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러한 접근은 기본적으로 시장적 관점으로 흐른다.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을 갖추는 건 소비자 양성 교육에 가깝다.
그런데 타인과 관계를 맺는 환경조차 시장주의 영향권이다 . 왜냐하면 관계의 형식과 연결 방식을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설계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시장 논리에 따라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강화시킨다.
이렇게 디지털 네이티브는 시민으로서 관계를 배우기 앞서, 소비자로서 행동양식만을 습득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인터넷은 선택적으로 접속하는 시장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놓이는 사회다. 그 사회의 설계를 시장에 맡겨두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에서 유래하는 사회 문제를 우리는 꽤 오랜 시간 그 안의 콘텐츠 문제로 오해해 왔다. 만약 놓치고 있던 진짜 빈 공간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좀처럼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해야 할 것은 콘텐츠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인터넷 안에서 사회화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고 설계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콘텐츠 유통의 공간으로 다뤄 왔다. 이제는 사회가 형성되는 공간으로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