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계약한 아파트는 13층이었다. 썩 마음에 드는 층수는 아니라기에 의아했다. 우리네 시절 기준으로는 로얄층이라고 하던 곳인데.
최고 층수가 15층 20층이던 시절보다는 더 높았어야 한다는 얘길까. 하지만 그조차 아니었고 더 저층이길 바랐다고 한다. 아예 층간소음 걱정 없는 1층이라면 모를까 저층은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아무튼 청약에 당첨돼 집 장만 한 것 만으로 좋은 일이지 말하며 넘긴다.
그리고 이제 좀 감이 잡힌다. 아마도 단지의 구성이 바뀐 탓이다. 사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지인들 집들이 다니면서 보고 들었던 변화이다. 그걸 선호 층수의 변화로까지 연결시키지 못했을 뿐이다.
차가 다니지 않고 조경이 잘 되어있는 요즘 단지라면, 그 혜택을 잘 누릴 수 있는 층수는 고층이 아니라 저층이다. 조망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예전과 같다. 무엇을 조망할 것인지는 바뀌었다.
예전의 로얄층은 지상의 번잡함이 닿지 않는 곳을 의미했다. 주차장. 듬성듬성한 화단. 소음. 그래서 높은 층이 좋은 층이었다. 채광에도 유리하다. 반면 최근 단지의 지상은 거리를 두고 싶은 곳이 아니다. 차량들은 지하로 내려가고, 그 자리는 공원 같은 조경이 대신한다. 깨끗한 산책로와 계절감 있는 정원이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물론 한강이나 산자락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런 원경은 여전히, 어쩌면 예전보다 더 귀하다. 다만 옆 단지나 저층 주거구역의 지붕만 내다 보이는 평범한 입지라면, 헛된 원경을 기대하느니 가까운 녹지를 풍부하게 누리겠다는 계산이 맞겠다.
도시와 아파트 단지를 점유하는 감각의 세대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