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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트먼의 바르셀로나 체어

2026년 7월 22일 / 서울 / standard

#데굴데굴

오랜만에 넷플릭스로 볼 영화 한 편을 골랐다. 짝꿍의 추천으로 아메리칸 사이코. 직접 고른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정보 없이 시청했다. 나는 처음에 스릴러 영화인 줄 알았지.

그 명함씬이 시작될 때, 짝꿍이 “여기가 아주 유명한 장면이야” 하고 일러둔다. 그러나 그 장면보다는 베이트먼의 아파트 장면에 더 흥미를 느낀다.

오늘의집이나 29CM을 탐색해보기를 즐겨 하던 사람이라, 베이트먼의 아파트 인테리어 스타일이나, 특히 놓여 있는 가구들이 친숙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체어 두 개의 배치가 특히 재밌다. 왜 커피테이블을 중심으로 소파처럼 배치했을까.

나라면 그런 배치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오브제로도 기능하는 라운지 체어를 굳이 같은 모델로 고를 이유가 없다. 배치도 그렇다. 먼저 플로어 스탠드와 러그로 존을 만들고, 그 안에서 체어끼리 마주 보게 하거나, 약간 틀어서 대화가 가능한 각도를 만드는 게 자연스럽다. 각각의 사이드 테이블도 하나씩 두겠다.

베이트먼의 인간됨을 생각했을 때, 그런 배치에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캐릭터의 의도이든 미술감독의 의도이든. 어쩌면 두 개의 의도는 중첩되어 있다. 전시하는 베이트먼과 그런 베이트먼을 전시하는 미술감독.

아메리칸 사이코의 제작진은 그들의 영화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한 편이다. 그들은 베이트먼을 명백하게 비꼬기 위한 인물로 연출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비꼬는 장치 중 하나는 베이트먼의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2026년도의 관객이 베이트먼의 아파트를 보고 친숙함을 느낄 정도로, 그의 스타일은… 갖고 싶은 무언가로 살아남는다. 제작진은 이 지점에 대해서 당혹해하면서, 자신들이 실패했는지를 묻는다.

그건 아마 그들만의 잘못은 아닐 거다. 베이트먼의 스타일로 베이트먼을 비꼰다는 것은, 그 스타일이 텅 비었다는 걸 보여주면 조롱이 되리라는 기대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텅 비었음이 더 이상 결격이 되지 않는 시대. 이미지로도 그만인 시대. 시대의 변화까지 상업영화 제작진이 내다봤어야 한다는 건 좀 가혹한 이야기다.

오래전 보드리야르의 책을 읽었을 때 잘 이해되지 않던 문장이 있다. 어떤 전망이 읽는 사람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시대가 그 문장을 따라잡은 것 같다. 내 방의 라운지 체어에 앉아 그 책을 다시 펼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