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날씨는 점점 혹독해진다. 실내에서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이 외의 마땅한 주말 패턴이랄게 없다. 그런고로 지난 주말에는 집에서 동궁을 시청했다. 최근의 호프 감상이 남았던 탓인지, 이 시리즈를 보면서도 게임 연출과 닮은 부분이 눈에 밟힌다. 구천이 귀의 세계에 진입하는 부분에서는 데스스트렌딩을, 진입한 후 악귀나 귀매와 싸우는 장면은 여느 소울라이크 게임을 떠올렸다.
귀의 세계로 진입하는 장면에 관해서는, 또 다른 넷플릭스 시리즈를 주로 언급하는 것으로 안다. 기묘한 이야기 중 뒤집힌 세계 편이다. 내 경우에는 해당 시리즈를 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먼저 연상된 건 데스스트렌딩의 해변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 물을 통한 연결과 진입, 이면세계의 존재에게 위협받는 현실공간. 고립감과 황량감.
한편 악귀나 귀매와의 전투 장면에 대한 부분은, 화면의 연출보다는 구성 때문인 것 같다. 대적하는 상대마다의 고유 패턴 혹은 기믹이 있고 그걸 파훼해 나가는 방식이 게임 디자인인 듯 느껴진다. 이 부분이 호프를 보면서 느낀 감상과 좀 더 가까운지 모르겠다.
영화와 게임의 닮아감에 대해서 생각할 때 곤란해지는 부분은, 어느 쪽으로도 내가 그다지 꾸준한 향유자는 아니란 점이다. 그렇다보니 비교적 최근의 경험들 몇 가지로 이야기 하는 수밖에 없고, 어쩌면 이미 철지난 이야기를 뒤늦게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영상 제작자들이 게임매체로부터의 영향에 대해 직접 언급해준다면 쉽사리 풀릴 의문이겠으나, 관련 코멘트를 확인하긴 쉽지 않다. 내가 영향의 방향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경험한 인상적인 게임 연출들은 오히려 오래전에 영화 문법을 수용한 결과물인 게 아닐까. 애초에 시네마틱한 컷신이라고 상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나는 게임 연출 문법이 영상 쪽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인물의 심리나 인과를 차근차근 설명하기보다, 장면과 챕터의 경험을 더 우선한다. 세계관에 대한 단서들은 로어처럼 이곳저곳 흩뿌려지고, 관객들은 그것들을 스스로 이어 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