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수많은 영웅들 중에서도 좀 이례적 인물이다. 호메로스는 첫 구절부터 그를 폴리트로포스로 칭한다. 방향과 방식이 많다는 뜻으로, 여러 길을 헤맸다는 의미와 다방면에 재주가 있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다.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가 신체적인 강건함으로 탁월함을 증명하는 영웅이라면,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는 정신적 기민함으로 탁월함을 증명하는 영웅이다. 그는 귀향 여정에서 마주하는 사건들을 변장과 거짓말, 정보 수집과 적절한 순간까지의 인내 등으로 풀어낸다. 그런 면에서 오디세우스는 시련을 견디는 순례자이기보다 운명과 흥정하는 협상가에 가깝다.
이런 인물상을 놓고 보면, 놀란이 씌운 거룩함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오디세우스는 신화적 인물이라기보다는 성경적 인물처럼 느껴진다. 업을 지고 순례하며, 죄사함을 받은 후에야 귀향이 허락되는.
난 사실 호프가 더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