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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의 썸머송

2026년 9월 3일 / 서울 / standard

#흥얼흥얼

나는 레드벨벳의 썸머송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와서야 그럭저럭 좋아하게 되었지만 빨간맛이나 파워업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명백히 불호였다. 어쩌면 SM의 썸머송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쪽이고, 레드벨벳이 부른 건 그래도 듣게 되는 것일지 몰라. 아무튼 계속 듣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질감들, 뚝 떨어지는 저음과 그것들의 구성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핀보이는 기대했다가, 별로였다가, 그래도 다시 듣고 있는 곡이다. 별로였다가, 그래도 다시 듣는다는 건 예전과 같은데, 기대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티저를 접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건, 레드벨벳스러운 무언가가 썸머송이라는 초장르 규칙을 깨트리는 것이었다. 세이렌 모티프잖아, 뭔가를 비틀어 놓겠지!

그런데 공개된 곡에서, 여름, 바다의 느낌을 라틴계열 리듬감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그건 너무 공식화 된 무언가라서, 실망했던 것이다. 반면 짝꿍은 보사노바 뉘앙스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녀는 레드벨벳에게 어떤 종류의 기대감을 갖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보사노바 리듬을 언급했을 때, 나는 그쪽 계열 리듬은 아닌 것 같다고 대꾸했다. 아마 삼바계열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기타로 보사노바 주법을 연습해본 적 있는데, 서핀 보이를 들었을 때는 아무래도 그 주법이 그려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본 뒤 짝꿍에게는 괜히 아는 척 해서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귀가 꽤 예민한 편이다. 카오디오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들을 때, AAC보단 SBC가 나은 것 같다는 이야길 한 적도 있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던데!

재미있는 건 상대적으로 둔한 편인 내가, 음향기기에는 훨씬 욕심을 낸다는 거다. 그래서 왜그런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그녀는 듣는데 불편함이 없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답한다.

지난 주말 군산으로 놀러 가던 길, 플레이리스트를 레드벨벳 노래들로 채웠다. 그녀는 자신이 레드벨벳 노래들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린 너무 예쁜 것 같대. 나는 또 주접을 떤다. 레드벨벳이 덤덤으로 활동 했을 때, 아이린 보고 케이팝을 진지하게 듣게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