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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2026년 6월 5일 / 유럽 / standard

#뚜벅뚜벅

로마 인, 바르셀로나 아웃 일정의 9박 10일. 지난해 12월에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피렌체와 니스를 포함해 네 개 도시에서 머물렀다. 두번째 방문자인 내가 여행 일정을 정하면서, 13년 전 배낭여행자로서 좋았던 기억들에 많이 기댔다고 생각한다.

처음 며칠, 그 기억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짐이 되었다. 기동력에 대한 과신, 그 때 내게 좋았던 장소들이 여전할 것이라는 기대, 다른 날씨, 어떤 경험이 좋을지에 대한 취사선택. 그런 것들이 유럽이 처음이던 짝꿍에게는 플러스 요인일 수 없던 것이다. 페루쟈에 들렀다 오자는 계획을 물리고, 피렌체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던 건, 그러한 내 실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피렌체로 이동 할 때, 고속철도 대신 버스투어를 택했다. 조금은 더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창밖의 풍경을 오래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었다. 로마의 우산소나무와 언덕들, 산 위에 자리잡은 도시들, 도시 어귀마다의 사이프러스 나무 길. 발도르차 평원의 올리브나무와 포도 나무. 13년 전 페루쟈의 특별함으로 다가왔던 장면들이, 사실은 이탈리아 내륙도시의 풍경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식당에서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일은 분명 즐겁지만, 우리 여행의 모든 것일 수는 없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면서, 여기는 이탈리아라 커피가 맛있고, 여기는 니스라 빵이 맛있고, 여기는 스페인이라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게 더 낫고, 그런 차이를 얘기하는 것이 더 즐겁다. 짝꿍은 유럽에서 마시는 환타는 다른 맛이라며 재미있어 했고, 나는 피렌체에서 마신 네그로니의 맛을 잊지 못하겠다. 그런 사소한 먹거리들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머문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유럽은 전반적으로 조용했다.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았고, 광장의 트리와 마켓의 오너먼트들이 연말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기온은 10도 안팍, 하늘은 흐리고 비가 잦았다. 기후는 대만의 겨울과도 비슷하다. 그런 날씨였므로, 니스에서 마주친 우연한 이벤트에 별 고민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산타모자를 쓰고, 니스 바다에 뛰어들었다.

겪어보기 전에는 다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과거의 기억에 기댄 일정은 그래서, 사실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여행은 결국,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러 가는 게 아닌, 아직 모르는 것을 마주치러 가는 일이 아닌가.